5.18정신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5.18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벌써 46년이 되었다. 당시 시민군이었던 사람들이 노년이 되었고, 그때 막 태어났던 사람들이 청춘을 넘기고 중년에 접어들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5.18 정신을 계승하자고 한다. 반면에 5.18을 폄훼하는 자들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연 5.18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먼저 필요하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학살’이었다. 비무장 시민을 향해 대검으로 찌르고 곤봉으로 내려친 만행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항거하는 이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헬기까지 동원하여 기총소사를 하였고, 시신을 유기한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무고한’ 시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시위를 한 사람은 맞아 죽어도 된다는 것인가? ‘무고한 시민’이 아니라 ‘비무장의 시민’에 대해 군인들이 총격을 가하고 대검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학살이었기 때문에 그 진상과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가해자를 분명하게 가려내서 처벌을 하든지, 이미 고인이 되어 처벌할 수 없다면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마치 진상 규명이 어느 정도 된 듯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그것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화해, 용서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학살과 만행에 대해 분연히 항거한 것, 그것이 바로 5.18정신이다. 우리가 헌법을 개정해서 그 전문에 넣어야 하는 5.18정신은 바로 ‘항거’의 정신이다. 이것이 없이 그저 ‘불의에 맞서 싸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불의한 권력에 시민도 무장하여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정신, 그것이 바로 5.18정신이라고 일컬어야 한다. 이 정신은 그 항거의 정도가 저들의 상상을 뛰어넘었고, 이후 저들이 그러한 짓을 감히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한림원에서 연설하였던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정신을 통해 구체화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1987년 6월 항쟁 때에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무력 진압을 하지 못하게 된 데도, 2016-2017년 촛불혁명 때 박근혜 정권이 군대를 동원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게는 1980년의 광주민중항쟁이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1980년을 떠올릴 때 이들은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고, 무모한 무력 진압을 하려는 자들의 주장이 그들 속에서도 설득력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12.3내란은 1980년 5월의 광주 학살을 다시 재현하려는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앞으로 몰려간 시민들도, 소극적으로 임했던 현장 군인 경찰들도 1980년 5월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고 일단 내란 저지에 성공한 것도 과거가 현재를 도운 하나의 사례라고 보아야 한다. 5.18광주민중항쟁이 보여준 ‘항거’의 정신은 최소한의 피를 흘리고 민주혁명을 쟁취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5.18정신의 또 다른 면은 바로 ‘자주’의 정신이다. 5.18민중항쟁은 우리 역사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이면서도 분단으로 인해 덮여 있는 외세에 대한 문제, 즉 미국에 대한 문제를 대중적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우리 민족 분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이고, 일제 잔재 청산을 가로막은 나라이며, 이후 독재 권력을 지지 지원했던 나라라는 것은 일찍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바이다. 하지만 그것은 금단의 영역이 되어 그것을 언급하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였다.
그러던 것을 본격적으로 대중적으로 제기하게 만든 것이 바로 5.18광주민중항쟁이다. 물론 그것은 지극히 온건한 내용이었다. 미국이 독재 권력을 지지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좀처럼 허용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그러한 제기는 우리의 역사를 한 차원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이 저지르는 짓을 보면 5.18정신의 자주정신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갖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 이래 미국은 그야말로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에 떨게 만드는 범죄자가 되어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대해 미국은 민족화해를 가록막고 있고, 일본에 굴종하고 과거의 죄를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제는 경제적 수탈까지 심각하게 자행하고 있다. 나아가서 이 땅을 자신들의 패권을 위한 전쟁터로 만들려고까지 하고 있다. 5.18의 자주정신은 이에 대해 분연히 항거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5.18정신은 ‘평화’와 ‘상생’의 정신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을 하기 위해 달려갔던, 그런 고귀한 인간성으로 함께 살고자 하는 정신이다. 그 정신이 이후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 과정에서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해도 단 한 건의 절도도 폭력도 일어나지 않는 우리 민중의 고귀함을 보여주게 하였다. 이 평화와 상생의 정신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 모두가 무엇보다도 간직해야 할 정신이고, 그것이 바로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5.18정신은 불의한 권력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정신이고, 외세의 간섭으로부터 ‘자주’를 지키는 정신이고, ‘평화’와 ‘상생’으로 함께 살아가는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5.18민중항쟁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이 정신의 계승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서 싸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산 자가 죽은 자를 다시 살린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5.18 정신은 반드시 헌법 전문에 기록되어야 하고, 교과서에 자세히 실려서 이후 세대에까지 많은 이들이 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민생이 파탄나고, 외세에 굴종하여 전쟁 위기를 자초하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같은 반민주 반민족 반민생 정권이 나타나지 않도록, 5.18정신이 계승되고 현실에서 계속 구현되어야 한다.
해마다 5월이 다시 오면 우리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에 사로잡힌다.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 태어난 사람조차 항쟁의 전 과정을 생각하면 그러지 않기가 어렵다. 하지만 5.18광주민중항쟁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아서 우리 모두가 나아가는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5.18정신의 계승이다.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마이뉴스] "국민의힘 해산하라" 30만 서명 청와대 전달... 시민사회 총궐기 (1) | 2026.05.19 |
|---|---|
| [직접민주주의뉴스] "전국시국회의, 서울의소리 등 시민단체 '국민의힘 해산 청구 30만 시민 서명' 대통령실 전달" (0) | 2026.05.19 |
| [직접민주주의뉴스] "사실 너머의 현실, 현실 너머의 진실 - 영화 5.18힌츠페터 스토리" (1) | 2026.05.18 |
| [미디어오늘][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80해직언론인들, 개헌안 무산에 "국민의힘 표결 불참, 반헌법적 행태" (0) | 2026.05.18 |
| [직접민주주의뉴스] "시민이 추천, 지역이 검증, 광장이 세웠다!" 광장시민후보 출사표 (0) | 202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