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선거는 패배한 선거라기보다 실패한 선거다"
미 한인사회 '뉴욕뉴저지시국회의' 주최 워크숍 개최
정해랑 공동대표 "분열과 독단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
- 기사입력 2026.06.12 13:00 / 최종수정 2026.06.12 14:53
- 기자명전희경/ 시민기자, 전 조지아서던대 교수
7일 오후 6시 (뉴욕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뉴욕뉴저지시국회의'가 주최한 '6.3지방선거 이후의 정세전망과 우리의 과제' 주제 월례 워크숍에서 정해랑 국민주권 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의 성격을 "패배한 선거라기보다는 실패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승패를 단언하기 어려운 다양한 역동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갈망했던 민주 개혁 진보 진영이 마주한 결과는 뼈아픈 실책의 연속이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민주주의의 성숙과 내란 청산 정국의 지속을 위한 시민 정치 세력의 과제를 강하게 제안했다. 이 워크숍은 미주한인평화재단이 후원했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안이함과 연합 정치의 무산
정 대표는 이번 선거를 ‘패배’가 아닌 ‘실패’로 부르는 이유로 진보 진영의 ‘안이함’을 꼽았다. 국힘 내지 그 계열이 서울, 대구, 부산 북구 등 주요 거점과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등에서 승리한 원인에는 민주 개혁 진보 진영의 전략적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대표는 핵심적인 실책으로 ‘연합 정치의 훼손’을 지목했다.
"우리에겐 연합 정치가 절실하다. 민주당 혼자 자강(自强)한다고 해서 다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평택을’ 지역구를 언급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진보당 대표가 출마를 준비해 온 지역에 조국혁신당이 출마하고, 이어 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결국 ‘공동 전선’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이를 "죽 써서 개 준 꼴"이라 비판하며, 분열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가 국힘의 승리였다고 꼬집었다.
제도적 민주주의 완성: 헌법 개정과 결선투표제
선거로만은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이 불가능함이 입증된 만큼, 이제는 제도적 완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19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정착되었지만,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 권력 구조 개편 관련, 현행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권력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지방 균형 발전의 명문화다.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를 법 제도로 묶어 강제해야 한다. 셋째,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제3당을 선택하고 싶어도 사표(死票)가 될까 봐 주저하는 양당 체제의 고착화를 깨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 도입과 선거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 세대 담론과 역사의 정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2030 청년 세대의 보수화·극우화' 담론에 대해 정 대표는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현상이며, 지금의 청년들이 과거보다 못하거나 모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청년들이 서울의 높은 전월세 폭등 등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짚으며, 이들을 대할 때 "가르치려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러나 5·18, 4·3, 반민특위 등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부정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정 대표는 "우리의 현대사는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이며, 역사 정의를 위한 노력은 노년·장년 세대가 죽을 때까지 이어가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분화하되 분열하지 않는 '시민 정치 조직'의 필요성
정 대표는 현재 민주당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진보 정당은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조국혁신당 등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당 외곽에서 이를 지탱할 '시민 정치 조직'의 역할은 여전히 절실하다는 것이다.그 대안으로 시국회의가 진행한 '광장 시민 후보 추천 운동'을 소개했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지역에서 추천된 40명의 후보 중 안동에서 당선된 녹색당 허승규 후보 등을 언급하며, 시민이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공론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국제 연대와 재미 동포의 역할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대한민국 역사의 급격한 후퇴를 막는 가장 큰 변수로 '전쟁의 위험'을 꼽았다.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미국의 평화 애호 세력 및 민주 세력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재미 동포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다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당부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번 정해랑 대표의 발언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민주 진영에 던지는 무거운 경고장이다. 분열은 필패를 부르고, 안이는 실패를 낳는다. '실패한 선거'의 잿더미 속에서 연합 정치의 복원과 제도 개혁이라는 불씨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시민 사회와 정치권의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은 질의응답 시간에 나눈 대화 요약이다.

선거 제도 개혁 및 현실적 투쟁 전략
Q. 순위 투표제나 선거법 개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현실적인 시민사회의 투쟁 전략은 무엇입니까?
A. 선거법은 실제로 계속 개정되어 왔고,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진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연합 정치를 통해 수박(보수) 세력을 약화시키고 무력화하는 것이 정공법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스스로 결단하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며, 시민사회가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제도적으로는 대중에게 가장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결선투표제 도입’과 비례 의석을 대폭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발전’을 중심으로 단순화하여 투쟁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당원 투표제(경선 시스템)와 정당 민주주의
Q. 당원들이 예비선거 등을 통해 직접 후보를 뽑는 완전한 투표 시스템(당원 투표제)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습니까?
A. 당원 투표제는 장단점이 뚜렷하게 존재합니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원칙은 정당 내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주권자인 당원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정당이 시민 정치와 같이 호흡하고 진보 정당과 연대해야만 기득권 보수 세력의 새로운 도발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우리 당만 확장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당원 중심의 민주적 구조를 갖추는 것이 정당을 청결하게 만드는 길입니다.지방선거에서의 중대선거구제 효과
Q. 일부 지역에서 시·도 의원 선거를 '중대선거구제'로 치르면서 소수 정당이 많이 진출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까?
A. 그렇습니다. 시민사회와 진보 정당들은 기초의회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고, 이번에 일부 시범 지역 등에서 효과를 보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30명 넘게 당선된 것이 그 대표적인 증거입니다.과거 소선거구제나 2인 선거구제 하에서는 양당(민주당·국힘)이 표를 나눠 가지며 보수 세력이 풀뿌리에서 그대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3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진보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진보 진영 내 '분열 세력'에 대한 대응
Q. 진보·개혁 진영 내에서 '문조털래유' 등으로 불리는 분열 세력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며, 시민사회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A.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강해지면서 불필요한 견해 차이가 과격하게 부딪히고, 진영 내 분열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낙엽파'나 '수박'으로 불리던 인물들은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사실상 많이 걸러졌습니다.시민사회의 외곽 세력은 민주당 내의 특정 계파 편을 들며 싸울 것이 아니라, "너희들 분열하면 다 죽는다"는 경고와 함께 정당한 절차를 지키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어느 한 정당의 확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분열을 차단하기 위해 '공통의 최소공약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의하고 연대틀을 유지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핵심 역할입니다.
청년 세대와의 소통 및 역사 정의 계승 방안
Q. 젊은 세대에게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체화시키고, 광장으로 나서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민 정치 조직의 소통 방식은 무엇입니까?A. 청년 세대를 대할 때 기성세대의 문법을 강요하거나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민주동문회협의회 등과 연계하여 대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 현장 기행을 갈 때 비용을 지원하는 '한끼 지원' 프로그램이나, 이한열·이수병 장학금 같은 '장학 사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역사를 접하게 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우리가 현대사의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호소해야 합니다. 과거가 현재를 돕듯, 산 자가 의로운 죽은 자(5·18, 4·3, 반민특위 등)를 역사 속에 다시 살려내는 것이 우리와 청년 세대가 함께해야 할 몫입니다.
"산 자가 의로운 죽은 자를 살려내야 한다."
과거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현대사의 비극을 다루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답해야 합니다. 5·18, 4·3, 그리고 반민특위의 역사를 오늘날 다시 살려내고 바로 세우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 불변의 진리를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끊임없이 호소해 나가는 것이 시민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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